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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세상의 모든 계절」끊임없이 이어지는 삶의 관계들

 

 

another year
영화 「세상의 모든 계절」

 

 

 

행복과 불행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들

영화 「세상의 모든 계절」을 연출한 마이크 리 감독은 영국의 키친 싱크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감독입니다. 감독은 계절의 흐름에 따라 펼쳐지는 이야기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같은 세월을 살아왔지만 누군가는 평화로운 인생을 만드는 데에 성공하여 행복한 삶을 누리고 또 누군가는 그렇지 못해서 불행 속에서 허우적거리기도 합니다.

 

마이크 리 감독은 특이한 연출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데요. 영화의 초기 단계에서 완성된 시나리오를 가지고 바로 연기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을 한 명씩 만나서 대화를 통해 캐릭터를 세세하게 완성해 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작품을 촬영할 때 배우들이 그 역할에 충분히 젖어서 자신의 색깔을 더해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을 이끌어 내어 최고의 연기를 펼칠 수 있습니다.

 

특히 「세상의 모든 계절」에 나오는 배우들은 각기 다른 성격으로 각자 다른 온도의 삶을 살고 있는 캐릭터들을 아주 섬세한 감정 변화와 자연스러움이 잘 묻어나도록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행복과 불행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행복의 관점에서 본 불행과 불행한 이가 행복을 바라보는 쓸쓸함등을 중점적으로 나타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중심인물은 지질학자인 톰과 심리상담사인 메리이고 이들 부부는 안정적인 직장과 평온한 가정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고 실제로 심적으로도 완벽하게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우울하고 불행해 보이는 한 여성이 수면제를 처방받기 위해 병원에 방문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요. 행복한 심리 상담사 메리가 그녀를 상담하는 신에서는 둘이 소통이 거의 안 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심리 상담사일지라도 삶에 대한 긍정이 넘치는 메리가 불행의 불행을 거듭해서 행복한 기억이 진짜 전혀 떠오르지 않는 그녀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인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행복이 넘치는 부부 톰과 제리의 주변에는 삶이 불행으로 가득 차 있는 인물들이 있는데요. 먼저 켄이라는 톰의 친구는 오로지 술과 과식으로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며 우울함과 외로움을 겨우 겨우 버티는 인물입니다. 또 톰의 형인 로니는 가정 자체가 행복과는 거리가 먼 모습인데요. 언젠가부터 비뚤어져서 가족과 사이가 좋지 않은 아들이 있는 것도 모자라서 자신을 대신해서 평생 일만 하던 아내 또한 어느 날 갑자기 죽게 되어 그의 눈빛에는 공허함과 쓸쓸함만 남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톰과 제리의 주변에서 가장 많이 서성이는 인물은 메리인데요. 그녀는 60이 가까운 나이까지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셋집에 살고 있는 외로움이 극에 달한 캐릭터입니다. 메리는 제리와 20년 차 직장 동료로 젊은 시절 잘못된 선택이 반복되어 현재의 불행 속에 자신이 있다고 한탄합니다. 그녀는 톰과 메리의 집에 방문할 때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자신의 크고 작은 불행들을 얘기하느라 정신이 없는데요. 아마도 그녀가 그렇게 쉴 새 없이 자신의 불행을 전시하듯 떠드는 것은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행복한 노부부는 불쌍한 친구 메리를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며 최대한 감싸주고 이해해주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동정의 한계가 작동하는 범위까지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메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그들을 방문하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가닿을 수 없는 행복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쓸쓸해 보이기 그지없습니다. 행복한 친구 부부 집에 방문해서 자신의 고통스러운 인생을 쉴 새 없이 늘어놓는 메리를 보면서 관객들은 자신의 모습에 비추어 더 안타까움이 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보면 메리는 요즘 유튜브에서 보이는 성공을 위한 어떤 강의들에서 끊어야 할 인간 유형으로 불리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싶은데요. 그게 나 자신의 모습의 일부이기도 한 것 같아서 굉장히 씁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불행의 불행을 연달아 겪다 보면 잃게 되는 태연함과 책임의식 등은 어떻게 되살릴 수 있는 것일까 하는 고민도 들었고요. 지독한 외로움과 고통에 너무 오랫동안 놓여 있어서 조금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사람들을 동정 말고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순 없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들었습니다.

 

사실 톰과 제리 부부는 자신들의 현명함으로 현재의 안락하고 평화로운 삶을 꾸릴 수 있었고 선한 사람들이라서 주변에 있는 외로운 친구들을 따뜻하게 대해줍니다. 하지만 고통의 중심에 있는 메리를 진심으로 이해해주진 못하고 불행한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깊이가 없어 보이기도 하는데요. 그것은 어쩌면 행복의 편에서만 서 있던 사람들의 약점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영화 「세상의 모든 계절」을 통해 우리 인생에서 늘 존재하는 행복과 불행이란 단어들과 주변 사람들을 하나하나 대조해 보며 그들과의 관계에 대해 되돌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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